※ 이 글은 개인적인 감상과 실제 관람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리뷰형 콘텐츠입니다.
영화를 오래 보다 보면 묘한 순간이 온다.
분명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얼굴은 다른 배우일 때가 있다.
영화관을 나와서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어느 순간 “근데 유해진 연기 진짜 좋지 않았냐?”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경험,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유해진이 이렇게까지 중심 배우가 될 줄 몰랐다.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인터뷰나 예능에서 화제가 되는 스타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연기 잘하는 조연’ 정도로만 인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해진이 나온 영화는 웬만하면 끝까지 보게 되고, 기대치도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사람을 만드는 능력
유해진 연기의 가장 큰 무기는 ‘현실감’이다.
형사, 회사원, 가장, 동네 형, 술집 사장, 심지어 어딘가 부족한 소시민 역할까지,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실제로 저런 사람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조금만 과장하면 연기가 튀고,
조금만 힘이 빠지면 존재감이 사라진다.
그 균형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배우가 바로 유해진이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긴 무명 시절이 만든 내공
유해진은 오랫동안 조연으로 버텼다.
《공공의 적》, 《왕의 남자》, 《부당거래》 같은 작품에서도 항상 중심 옆에 있었다.
주목받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장면 하나하나에서 자기 몫을 해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튀지 않아도, 감독에게 기억되고, 관객에게 각인된다는 건 엄청난 실력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유해진도 없었을 거라고 본다.
인생 캐릭터의 시작, 《타짜》
많은 사람들이 유해진을 다시 보기 시작한 작품은 《타짜》다.
이 영화 이후로 그의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진지함, 코믹함, 비열함, 인간미를 동시에 소화하면서 “아, 이 사람 범위가 엄청 넓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나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유해진 출연작을 일부러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그전까진 배우 이름 보고 영화를 고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처음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계기였다.
흥행 배우로의 전환점: 《베테랑》과 《택시운전사》
《베테랑》 이후, 유해진의 위치는 확실히 달라졌다.
더 이상 조연 전문 배우가 아니었다.
흥행을 책임지는 축이 되었다.
《택시운전사》에서는 무게감 있는 역할로 영화 전체의 균형을 잡았고, 감정선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건드렸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를 못 뜨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뭔가 마음 한쪽이 계속 찜찜하면서도 따뜻했다.
솔직히 아쉬웠던 선택들
모든 배우가 그렇듯, 유해진도 실패작이 있다.
흥행에 실패하거나, 이야기 자체가 약했던 작품들도 분명 존재한다.
특정 작품들은 “이건 굳이 왜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영화에서도 유해진 연기만큼은 크게 욕먹지 않는다.
항상 기본 이상은 해주기 때문이다.
이 점이 정말 어렵다.
주연으로서의 책임, 《말모이》
《말모이》는 유해진에게 있어 중요한 작품이다.
조연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영화 전체를 책임지는 중심 배우로 자리 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억지 감동 없이, 잔잔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제 유해진은 완전히 주연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결의 배우, 송강호
유해진을 보면 종종 송강호가 떠오른다.
둘 다 외모보다 신뢰로 쌓은 배우고,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비교적 신중한 편이다.
이런 배우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는 배우
보통 배우들은 나이가 들수록 선택지가 줄어든다.
하지만 유해진은 다르다.
최근 작품을 봐도,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졌다.
억지로 젊은 역할을 하지 않고, 자기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느껴진다.
이게 진짜 프로다.
개인적인 결론
솔직히 말하면, 유해진은 “대박 스타”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없으면 허전한 배우”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 이 사람 없었으면 이 영화 많이 허전했겠다.”
이런 배우는 흔하지 않다.
앞으로도 유해진 작품은 웬만하면 챙겨볼 생각이다.
이미 그만큼 신뢰가 쌓였다.